<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 전시가 요즈음 제주 현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 2024.11.26~2025.03.30 )
이번 전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립 미술관인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을 통해 서양 미술사 400년을 살펴볼 수 있게 기획된 전시입니다. 경주에서 시작되어 부산과 제주, 서울 등 4개의 도시를 순회하는 전시인데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서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라고 해요.
대형 프로젝트기 때문에 그만큼 작품선정에 심혈을 기울혔다고 해서 이번 전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총 89명의 예술가들이 남긴 143점의 작품들을 원화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잖아요. 전시는 시대별로 기획되어 있기때문에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면 주요 전시 작품을 함께 살펴보실까요?
1. 필립스 부인 초상화
19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거장인 안토니오 만치니가 그린 필립스 부인 초상화가 가장 입구에 걸려 있습니다.
화가 만치니는 사실주의를 뜻하는 이탈리아 베리스모 운동의 대표주자로 나폴리와 파리를 활동했습니다. 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삼아 강렬한 붓터치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비운의 천재 화가로 불리는 그는 12살에 나폴리 국립미술원에 입학하며 신동으로 불렸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겨 이탈리아 출신 미국 화가인 존 싱어 사전트와도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사전트는 만치니를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화가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지요.
그러나 정신병이 찾아온 그는 화려한 성공이 시작되던 런던을 떠나 다시 이탈리아로 귀국을 하게 됩니다. 이후 만치니는 가난과 병을 앓으며 자신의 초상이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작업을 이어가지만 더이상 미술계는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에 전시된 필립스 부인 초상화는 만치니가 최고 전성기에 그린 것으로 빠른 붓질과 과감한 터치를 특징으로 하는 그의 화풍이 잘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또한 사실주의 경향은 물로 니신고전주의와 인상주의 영향까지 다양한 기법을 소화한 만치니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인 플로렌스 필립스 여사는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설립자로 1863년 케이프타운에서 박물학자이자 토지조사관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188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대의 다이아몬드와 금광을 소유했던 정치인이자 금융인 라이언 알 필립스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조국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미술관 설립을 꿈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나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과 같은 훌륭한 미술관 설립이 그녀의 꿈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영국의 유명 건축가인 허버트 베이커에게 미술관 건축을 의뢰하고 남편은 물론 남아공 지도층에게도 작품을 기증받아 약 3만점에 달하는 아프리카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국립미술관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번에 전시된 초상화는 플로렌스 필립스 여사가 당대에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한 것으로 이 작품은 만치니가 의뢰받은 초상화입니다.
2. 바후투 연주자들
이르마 스턴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배출한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여성화가입니다. 독일계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남아공과 독일을 오가며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예술가 이르마 스턴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녀는 1913년 바이마르 아카데미에서 1914년에는 래빈 펑크 스튜디오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1919년 베를린 첫 전시를 시작으로 유럽과 남아공에서 10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 시기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던 그녀는 1920년 가족과 함께 케이프타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유럽에서의 일찍이 인정받는 작가였지만 여성작가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고국에서는 그녀의 작품이 인정을 받지 못했다네요. 그녀는 비평가들로부터 예술 컬트로서의 추함이라는 제목의 리뷰로 조롱을 당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녀는 유럽을 광범위하게 여향하면서 남부 아프리카 잔지바르 콩고 지역까지 탐험을 했습니다. 이러한 여행은 그녀의 그림에 다양한 소재를 제공했고 다양한 유물을 수집하고 조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르마 스턴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 정권기간 동안 독일 여행이나 전시를 거부하기도 했죠.
이르마 스턴은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2011년 그녀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5억에 판매되면서 남아공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이르마 스턴의 작품 네 점이 소개되었는데 세잔의 영향을 받은 사과 정물과 고흐가 연상되는 해바라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기 인상주의자들의 영향으로 유럽적 회화 전통에 충실한 기법을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1944년에 제작한 젊은 소년의 초상화와 지역 전통에 주목한 바후투 연주자들 역시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이르마 스턴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검은 피부의 음영과 생동감 넘치는 인물의 표현이 주목할만하지요. 인상 깊은 아프리카의 문화와 인물, 풍경, 색채는 때묻지 않은 원주민들의 본성과 순수한 영혼을 작품 속에 투영시킨듯 합니다.
전시회 주요 전시 작품(출처 : 네이버 v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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